산속 내가 머무는 마당에
떨어진 나뭇잎을 쓸고 있는데
아침 일찍 등산 다녀온 노부부가
엄지손가락 척 내밀고 지나갔다.
뜰 앞의 같은 벚나무에 살아도
붉게 물들어 떨어지는 나뭇잎으로
노랗게 조심스레 내려앉는 이파리로
갈색으로 좀 칙칙한 낙엽들이 보였다
아직 초록이 남았다고 으쓱 돼도
이미 물관 체관은 막혀버렸고
붉게 살아도 가운데 큰 구멍이 났거나
가장자리가 다 닳은 아픈 삶도 있었다
늘 초록일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노란 생애일 줄 몰랐다는 자성 소리,
소나무는 늘 푸르다고 외쳤지만
이렇게 갈색으로 떨어질 줄 몰랐단다.
빗자루에 쓸린 한 생애를 마감하며
찬바람에 이리저리 쏠려 다니다
누울 자리 쉴 자리 찾지 못하고
말라 부스러지지 않음에 고개 숙인다.
내 몸 삭혀 땅을 기름지게 한다면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빗자루에 의탁한 마지막 날이라도
아깝지 않고 후회하지 않겠다는 낙엽.
빗자루를 든
내 삶인들 그들과 뭐 다를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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