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까치와 애벌레

능선 정동윤 2020. 10. 2. 19:45
까치와 애벌레

어린 까치가
뒤뚱뒤뚱 꼬리 흔들며
작은 언덕을 내려오다
풀숲의 애벌레 한 마리 보았지요
애벌레를 부리로 물어
땅바닥에 던지고
이리저리 뒤집으며 분주합니다.
애벌레도 웅크렸다가
활처럼 휘기도 하며
안간힘을 쓰지만
어린 까치의 눈 밖으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혹 내가 좋아하는 곤충의
애벌레가 아닐까?
지금이라도 뛰어나가
어린 까치를 쫓아버릴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치열하게 벌이는 생존투쟁
끝까지 참고 바라보았지요

홍제천 물가에서
물속을 응시하다
순식간에 긴 부리를 내리꽂아
한 끼니를 챙기던
왜가리처럼
먹이 사슬의 한 축인
어린 까치의 삶에도
고요한 눈길 보냅니다

느닷없이 바람 일렁이던 숲에서
장끼 소리가 껑껑 들려옵니다
자연은 자연에 맡기라는
충고처럼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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