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유월 어느 오후

능선 정동윤 2020. 10. 2. 19:44
유월 어느 오후

바람은 유월의
벌레 먹은 이파리도
애틋하여
살며시 다가가
부드럽게 껴안지요

병약한 나뭇잎도
바람만은 거절 못 해
근처만 와도
화끈 달아올라
온몸이 붉어집니다.

배추흰나비 한 마리
허공을 돌아
망초 꽃잎에 살포시 앉을 때
뿌리까지 휘청하던
기다림의 망촛대

가냘픈 풀잎의
그 짧은 파문이 번져
숲 전체가 흔들리고
숲속 장끼의 외마디 울음은
온산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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