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 뭉게뭉게 피어
벚나무 가지에
구름처럼 걸린 꽃잎들
개구리 알 하얗게 변한 듯
흐르지 못한 체 꼬물거린다
산길마다 발에 익은
인왕산 기차바위 아래
막사 지붕처럼 홀로 서서
자신만의 생을 다독이는
나이 든 벚나무 한 그루 성성하다.
벌 나비 부른 축제 뒤
미련 없이 하얀 꽃잎 날리고
또 붉은 꽃자루까지 떨구면
초록의 말랑한 열매
검정으로 무르익도록 손 모은다.
꽃피우는 일에 온 힘을 쏟는
위대한 봄날의 잔치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 왔던가
백 년도 못 사는 수명 또 줄이며
짧고 굵게 사는 철학 틀어 쥔다.
하늘 연못에
잠시 뭉쳤다 사라지는 꽃잎
개구리알같이 짧은 만남이여
하얗게 흩날리는
눈부신 봄날의 유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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