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우린 포기하지 않았다./정동윤

능선 정동윤 2021. 3. 7. 13:02
우린 포기하지 않았다./정동윤

전쟁의 포화를 뚫고
아주 연약한 싹을 틔워
혁명의 물줄기에 젖고
공장과 도시의 매연 속에서
물불 가리지 않고
몸이 부서지도록 달리면서
올림픽을 개최하고
월드컵을 치르며
세계 수준의 일상을 만들고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는 '지존',
지하철도 존중해 주는 나이가 되어
친구들과 등산하며 소일하려니
평생 활기차게 보낸 습관으로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답답하였다.

의식주는 어느 정도 해결했으니
이제부터 차분히 형이상학의
문학, 역사, 철학, 예술과 문화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봐야할까 보다.
의식주에 부대끼면
음악도 미술도 춤도 슬픈 노동일 뿐이다
고결한 문화는 정신의 여유에서,
60 년 만에 대나무꽃이 피어나듯
단군 이래 가장 행복한 세대의
마지막 의미를 보여주마.
지금 6070의 활약을 눈여겨 보아라
얼마나 치열하게 활동하는지.

지난 시절 우리가 놓친 과오를 뉘우치며,
그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압축 성장의 경험과 경륜이 우려나는
마지막 지혜로운 뒷모습을 보여주마.
나이 듦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을,
황혼에 맺는 꽃과 열매
그 강렬한 뿌리의 진정한 모습을,
고소란히 남기고 조용히 떠나주마.

우리가 떠난 뒤에
부디 우리의 무덤을 만들지 말아다오
우리의 비석도 세우지 말아다오
단군 이래 가장 행복한 세대가
이 한반도에 남긴 유산만 잊지말고
기억해 주고 이어가다오.
우린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