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두껍아 물길 찾아 산길 비꿔라/정동윤

능선 정동윤 2021. 3. 7. 12:58
두껍아 물길 찾아 산길 바꿔라/정동윤

경칩을 하루 넘긴 토요일
안산 자락길 수로에서 만난
신혼의 두꺼비 부부

그들의 허니문 목적지는
언덕 아래 안산의 방죽
양서류들이 붐비는 물의 호텔

몸집 작은 사랑꾼 수컷
길은 시멘트 벽으로 막혔고 몸도 지쳐
절망의 신음 웅웅웅 울리는데

등에 업힌 서방님 울음소리
응원으로 들으며 속도 없는 속도로
끝없이 수직 벽을 오르고 또 오르고

바이러스처럼 포위된 절망 속에
걷고 또 걸어도 다시 제자리
그 눈물겨운 신부의 의지력에

참다못한 중년의 여성
비닐봉지로 살짝 들어
두꺼비 부부 방죽을 향해 옮겨주며

보금자리 만들기가 너무 힘들구나
신혼의 꿈이 너무 아프구나
새 가족 이루기가 너무 멀구나

두껍아 두껍아,
물길 찾아 산길 바꿔라
두껍아 두껍아,
물풀에 칭칭 알을 낳아라
두껍아 두껍아,
알을 낳고는 살길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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