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가을에 부는 바람

능선 정동윤 2020. 12. 6. 11:17




가을에 부는 바람

어젯밤엔 인왕산을 넘어왔다
도시의 별빛 빌딩의 은하를 건넜고
오늘은 남산 한양도성 아래
이리저리 낙엽을 쓸고 다닐 것이다

한남대교 넘어 따뜻한 남으로 갈까
양화대교 지나 넓은 서해로 갈까
머물지 못해 떠나야 하는 숙명이라
편히 쉴 곳은 마련하지 않는다.

창덕궁 후원을 거닐기도 하고
빌딩 숲 사이로 내달리다가
잠시 서울로7017 나무 사이에 앉아
무거운 다리 멈추기도 하였다.
차가운 콘크리트 정원에서 풍겨오는
연인들 손에 든 기분 좋은 커피향
고풍스러운 서울역 지붕 위도 다녀왔다.

그런데 이 매캐한 공기는?
모두 마스크로 가린 병든 도시였던가?
저 젊은이들 왜 고개 숙이고 있는가?
어째 여기저기 점포 문은 닫혀있는가?
골판지 상자 줍는 노인의 허리는
어찌 점점 더 굽어 보이는가?

인왕산 갈색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들려오던 아이들 웃음소리도 멈췄다는데
봄에는 다시 공기가 파랗게 맑아지는
소박한 기대를 안고 나, 바람은 또
기압이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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