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울지 않는다/최영미
추운 날에도
더운 날에도
빛을 향해 팔 뻗으며
나무는 뒤돌아 보지 않는다
백 년 가뭄에 목이 마르고 등이 휘어도
친구가 곁에 없어도
나무는 울지 않는다
눈 날리는 들판에 홀로 서 있거나
막다른 골목에서 가슴까지 비에 젖어도
외롭다 말하지 않는다
지구의 뜨거운 중심에 가가이
뿌리를 내리며
나무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지 않는다
나무는 그저 나무일 뿐
흙을 빨아 연명하는
잎과 줄기와 뿌리가 한몸인 나무는...
세월의 나이테에 숨길 것도
버릴 것도 없는
"나무는 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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