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의 시구/성찬경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한 줄의 시구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다
열 번이라도 바치겠다
허나 그것은 터무니 없는 바람이다
평생을 두고 씻을 부정으로 이미 얼룩진 나의 목숨 따위
백이 쌓여도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글자 한 획
얻을 수 있을까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그만이라는 공자의 말씀엔
기슴이 설레인다
나는 도가 아니라
한 줄의 시구에 목숨을 거는 것은
그나마 내 분수에 맞는 꿈이란 것을 안다
그 꿈을 위해서라면
천사의 도움이건
악마의채찍이건 가리지를 않겠다
영원한 그 무엇이
쏙 뽑혀 결정되어
가난한 가슴에 무한한 빛이 되는
한 줄의 시구를 위해서라면
한숨과
뼛속의 오뇌를 고사하고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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