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오늘 일기

능선 정동윤 2022. 10. 13. 22:03

오늘 일기/정동윤

흐린 가을 날씨가 사흘째다.
저 멀리서 죽음의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오는 지도 모르겠다.
지구의 공전 속도처럼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지만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천천히 걸어오건
숨가쁘게 달려오건
그건 그쪽의 일이고
삶은 삶대로 주어진 시간을
가장 행복한 모습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은퇴 이후의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아직 남은 20~30 년의 시간을
허송세월로 만들지 말고
보람 있고 결실도 남겨야 하니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갈고닦아
분에 넘칠 정도로 명예도 쌓고
모두가 환호하는 명성까지 얻어
보란 듯이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때 누가 분명히 질문을 할 것이다
"명예와 명성을 얻어 바쁘신데
지금 무엇을 가장 하고 싶습니까?"
난 대답할 것이다.
"조용히 쉬고 싶습니다.
가족들과 번거롭지 않는 곳으로 여행하며 좋은 음식도 먹고
아름다운 풍경도 바라보며
즐기고 싶은데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2022년 10월 13일.
어제는 내 그림자와 함께
제부도 바닷가를 거닐다 왔고,
오늘은 아내와 걸어서
을지로 중부 시장에 가서
건어물을 좀 사고
시장 안에서 군것질한 뒤에
롯데백화점에 들러
빵도 좀 사들고 왔다.
15,586 보(11km)가 찍혔다

20 년 후의 꿈을 
지금 실천하고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날 멍청하다고 할까?
일상을 편안하게 보내며
죽음의 그림자를 잊고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도
난 빙그레 웃으며
그림자를 곱게 쓰다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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