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아직 멀었다네

능선 정동윤 2023. 1. 8. 08:41

아직 멀었다네/정동윤

감동적인 풍경만 보면
극적인 사건이 생기기만 하면
감탄이 터져 나올 글이나
가슴 저미는 시를
원하는 친구가 있어요

좀 더 짠하게
펑펑 우는 건 아니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게
해 달라는 거지요
그런 글이 술술 나와야
진짜 시인이랍니다

이런 어려운 요구에
이제는 눈물이,
가슴 저미게 하는 감성이
모래처럼 말라버렸다고 고백하고
시인의 감정도 때에 이르면
건조해진다는 말로 설득합니다

벽돌처럼 나이를 쌓다 보니
출렁거리던 감성은
사물을 찬찬히 바라보고
건널목 같은 거리를 두고서야
비로소 차분해질 수 있었죠

새삼 마른 감성을 건드려
눈물샘 자극하는 억지 솜씨로
감성팔이 하는 것이 오히려
경망스럽고 싼 티 나고
구차해 보였거든요.

그래서 일상을 시처럼
보고 느끼는 대로 적는 거죠
조회 수에 연연하지 않고
진심어린 공감의 답글 바라며
나를 적립시키는 겁니다

내 삶의 흔적이나마
진솔하게 모아 두려는 겁니다
그러니 여보시게,
나에게 무리한 요구는 말아 주게
난 아직 멀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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