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꽃 치매

능선 정동윤 2023. 4. 1. 21:38

꽃 치매/정동윤

지금 남산은
벚꽃의 절정 인파의 홍수
하얀 터널 아래선
잠시 선글라스를 벗습니다
저 빛나는 봄꽃을
어찌 유리알을 통해 보겠어요

몇 해 전
장모님 돌아가시기 전
치매로 소녀가 되었을 때
만날 때마다 벚꽃 이야기
하고 또 하셨지만
늘 처음인 양 귀 기울였지요

유모차 탄 아이부터
지팡이 짚는 할아버지까지
산책길에 넘치는 사람들
모두 낯선 사람뿐이지만
멀쩡한 사람도 꽃그늘 아래서
그저 웃으며 사진 찍네요

벚꽃 피울 때마다
휴대폰에 담으며
지난해의 그 흥분과 감동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 벚꽃에 또 열광하는 걸
꽃 치매라 불러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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