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속에서/박재삼
산은 항상 말이 없고
강은 골짜기에 갈수록 소리내어 흐른다
이 두 다른 갈래가
그러나 조화를 이루어
얼굴이 다르지만 화목한 영위로
나가고 있음을 본다
세상이 생기고부터
짜증도 안 내고 그런다
이 가을 햇빛 속에서
단풍빛으로 물든 산은
높이 솟아 이마가 한결 빛나고
강물은 이리저리 몸을 뒤틀며
반짝이는 노릇만으로
그들의 존재를 없는 듯이 알리나니
이 천편일률로 똑 같은
쳇바퀴 같은 되풀이의 일월 속에서
그러나 언제나 새로움을 열고있는
이 비밀을 못 캔 채
나는 드디어 나이 오십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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