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오세영
죽으면 내 육신 땅에 묻지 말고
통영 물 건너 남해 외진 섬
사량 상도 옥녀봉 발치에 보내다오
나는 생전에 누구를 진정 사랑한 적 없고
누굴 위해 진정 자신을 희생한 적 없고, 가까이는 또
어머니께 효도 한번 한 적이 없나니
이 죄많은 육신 그대로 풀섶에 내 던져
방치해다오
쓰린 해풍과 따가운 햇살에 절로
삭도록 내버려다오
그리하여 마침내 육탈이 끝나고 일개 촉루가 되어 남는다면
나 또 다른 한 생애 이제 마른 백골로 살지니
바람이 불 때마다
그 회한 휘파람으로 울게 해다오
나 죽으면 땅에 묻지 말고 통영 물 건너
남해 외진 섬
사량 상도 옥녀봉 발치에 풍장으로 자낼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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