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사량도/오세영

능선 정동윤 2011. 8. 18. 07:59

사량도/오세영

 

 

죽으면 내 육신 땅에 묻지 말고

통영 물 건너 남해 외진 섬

사량 상도 옥녀봉 발치에 보내다오

나는 생전에 누구를 진정 사랑한 적 없고

누굴 위해 진정 자신을 희생한 적 없고, 가까이는 또

어머니께 효도 한번 한 적이 없나니

이 죄많은 육신 그대로 풀섶에 내 던져

방치해다오

쓰린 해풍과 따가운 햇살에 절로

삭도록 내버려다오

그리하여 마침내 육탈이 끝나고 일개 촉루가 되어 남는다면

나 또 다른 한 생애 이제 마른 백골로 살지니

바람이 불 때마다

그 회한 휘파람으로 울게 해다오

나 죽으면 땅에 묻지 말고 통영 물 건너

남해 외진 섬

사량 상도 옥녀봉 발치에 풍장으로 자낼지니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활을 꿈꾸며/이재무  (0) 2011.08.18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황지우  (0) 2011.08.18
방문객/정현종  (0) 2011.08.17
일월 속에서/박재삼  (0) 2011.08.17
그릇/오세영  (0) 2011.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