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부활을 꿈꾸며/이재무

능선 정동윤 2011. 8. 18. 08:22

부활을 꿈꾸며/이재무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숨이 찬 것은

딱딱하고 두꺼워지는 공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읽어야 할

저 벅찬 운문의 깊이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회초리가 되어

내 부패한 삶이 아프다

잘 여문 상수리 한 알 떨어져

발밑으로 구르다가 멈춘다

저 한 알의 침묵이 태산처럼 무거워

나는 웃옷 벗어 어깨에 걸친다

 

지난 계절 나는 스캔들로 지나치게

마음이 분주했고 수다스러웠다

슬픔과 상처는 약되지 못하고

독이 되어 나를 쓰러뜨렸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아픈 발의 투정이

더욱 심해진 것은 가팔라지는 길 탓만은 아니다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들어야 할

저 절절한 푸른 사연과 고백

나뭇잎 하나하나가 눈물이 되어

썰물 뒤의 개펄같은 마음을 덮는다

비탈에 오롯이 서서 암향을

마을 쪽으로 흘려보내는 수국의

고요한 웃음이 하도 크고 넓어서

나는 불현 관절이 시리고 절로 무릎이 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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