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능선 정동윤 2011. 8. 18. 15:37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노천명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 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울어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양푼의 수수엿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도 달을 짖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