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
이발소 앞에서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소리에 발장단 치다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컬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훤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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