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파장/신경림

능선 정동윤 2011. 8. 18. 15:45

파장/신경림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즐겁다

이발소 앞에서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결같이 친구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소리에 발장단 치다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벌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여름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컬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훤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