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절대 고독/김현승

능선 정동윤 2011. 8. 18. 16:05

절대 고독/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는 나의 언어를 바람에 날려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띠끌처럼 날려보넨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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