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어/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고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궤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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