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북어/최승호

능선 정동윤 2011. 8. 23. 16:09

북어/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고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궤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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