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이별/오탁번

능선 정동윤 2011. 8. 24. 14:32

이별/오탁번

 

 

이제는 친구들과 만나는 일이

그전 같지 않다

삼겹살 곱창 갈매기살 제비추리

두꺼비 오비 크라운

아리랑 개나리 장미 라일락

비우고 피우며 노래했는데

봄 여름 지나 가을 저물도록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아들 딸 결혼식장에서나

문상간 영안실에서나

오랫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지

오늘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까

영영 오지 않을 봄을 기다리듯

다 헛말인줄 알면서도

자주 자주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지지

그래 그래 마음으로야

좋은 친구 자주 만나

겨울강 강물 소리 듣고 싶지만

예쁜녀석 착한녀석

새 식구 맞이하는

아들 딸 결혼식장에서나

그냥 그렇게 또 만나겠지

이제 언젠가

푸르른 하늘 노을빛으로 물들고

저녁별이 눈시울에 흐려지면

영안실 사진틀 속에

홀로 남아서

자주 자주 만나자고

헛 약속한 친구들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다시는 못 만날 그리운 친구야

죽음이 꼭 이별만이랴

이별이 꼭 죽음만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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