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해마다/김광규

능선 정동윤 2011. 8. 26. 08:43

해마다/김광규

 

 

겨울까지 밀린 도급 공사 서둘러

하수도 배관 공사팀과

가스 배관 공사팀이

번갈아 동네 언덕길을

속속들이 파헤쳐 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사이

도로 포장 공사팀이

시멘트를 비벼서 후딱 덮어버렸다

그 번드르르한 포장도로

한 여름 장미때 벌떡 들고일어나

막혔던 산골짜기 물

폭포처럼 쏟아져내려

아랫동네 온통 물바다에 잠긴다

그리고 곧장 이웃돕기 모금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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