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약처방/이형기
고심참담 들키지 않게
밤을 새워 장치한 시한폭탄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것은
터지지 않았다
틀림없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어야 할 혁명의 음모가
휴지만도 못하게 묵살당한 날
그날도 사람들은
아침부터 헬스크럽에 모여
체중조절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모두 디룩디룩 살이 찐 시대의
건강에 짓눌려 비실대는 것
허약한 시여
종이로 만든 불발탄이여
이제 너한테 먹일 약은
파멸을 확인하는 마지막 처방
이를테면 비상 한 첩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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