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극약처방/이형기

능선 정동윤 2011. 8. 26. 14:59

극약처방/이형기

 

 

고심참담 들키지 않게

밤을 새워 장치한 시한폭탄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것은

터지지 않았다

 

틀림없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어야 할 혁명의 음모가

휴지만도 못하게 묵살당한 날

 

그날도 사람들은

아침부터 헬스크럽에 모여

체중조절에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모두 디룩디룩 살이 찐 시대의

건강에 짓눌려 비실대는 것

 

허약한 시여

종이로 만든 불발탄이여

 

이제 너한테 먹일 약은

파멸을 확인하는 마지막 처방

이를테면 비상 한 첩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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