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직박구리/고진하

능선 정동윤 2011. 8. 26. 15:58

직박구리/고진하

 

 

어떤 시인이

꽃과 나무들을 가꾸며 노니는 농원엘 갔지요

 

때마침

천지를 환하게 물들이는 살구나무 꽃가지에

덩치 큰 직박구리 한 머리가 앉아

꽃 속의 꿀을 쭉쭉 빨아먹고 있었지요

 

곁에 있던 누군가 그걸 바라보다가,

꽃가지를 짓누르며 꿀을 빨아먹는 새가 잔인해

보인다며

훠어이 훠어이 쫓아버렸어요

 

아니, 그렇다면

꿀이 흐르느 꽃가지에 앉은 生이

꿀을 빨어먹지 않고 무얼 먹으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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