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위대한 식사/이재무

능선 정동윤 2011. 8. 27. 07:33

위대한 식사/이재무

 

 

산그늘 두꺼워지고 흙 묻은 연장들

하청에 함부로 널부러지고

마당가 매케한 모깃불 피어오르는

다 늦은 저녁 멍석 위 둥근 밥상

식구들 말없는,분주한 수저질

뜨거운 우렁된장 속으로 겁없이

뛰어드는 밤새 울음

물김치 속으로 비계처럼 둥둥

별 몇 점 떠 있고 냉수 사발 속으로

아, 새까맣게 몰려오는 풀벌레 울음

베어문 풋고추의 독한,

까닭 모를 설움으로

능선처럼 불룩해진 배

트림 몇 번으로 꺼트리며 사립 나서면

태지붕 옆구리를 헉헉,

숨이 가뿐듯 비틀대는

농주에 취한 달의 거친 숨소리

아, 그날의 위대했던 반찬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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