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이원규
남들 출근할 때
섬진강 청둥오리 떼와 더불어
물수제비 날린다
남들 머리 싸고 일할 때
낮잠을 자다 지겨우면
선유동 계곡에 들어가 탁족을 한다
미안하지만 남들 바삐 출장을 갈 때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고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남들 야근할 때
대나무 평상 모기장에서
촛불을 켜 놓고 작설차를 마시고
남들 일중독에 빠져 있을 때
나는 일 없이 심심한 시를 쓴다
그래도 귿이 할 일이 있다면
가끔 굶거나 조금 외로와하는 것일 뿐
사실은 하나도 미난하지 않지만
내개 일이 있다면,그것은 노는 것이다
일하는 것이 죄일 때
그저 노는 것은 얼마나 정당한가!
스스로 위로하며 치하하며 섬진강 산그림자 위로
다시 물수제비 날린다
이미 젖은 돌은 더 이상 젖지 않는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 게의 죽음/김광규 (0) | 2011.08.29 |
---|---|
나무1-지리산에서/신경림 (0) | 2011.08.29 |
저녁 6시/이재무 (0) | 2011.08.28 |
그 여자/이재무 (0) | 2011.08.28 |
위대한 식사/이재무 (0) | 2011.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