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나무1-지리산에서/신경림

능선 정동윤 2011. 8. 29. 08:16

나무1-지리산에서/신경림

 

 

마무를 길러 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 나고 큰 나무는

제 치례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 본 사람은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나무가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같지 않을까만.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숲/황지우  (0) 2011.08.29
어린 게의 죽음/김광규  (0) 2011.08.29
독거/이원규  (0) 2011.08.28
저녁 6시/이재무  (0) 2011.08.28
그 여자/이재무  (0) 201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