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12월의 숲/황지우

능선 정동윤 2011. 8. 29. 08:30

12월의 숲/황지우

 

눈 맞는 겨울나무 숲에 가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연대해 있었다

눈 맞는 겨울나무 숲은

 

목탄화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 숲은

성자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보이게 눈 내리고

겨울나무 숲은 내가 돌아갈 길을

온통 감추어 버리고

인근산의 적설량을 엿보는 겨울나무 숲

나는 내내, 어떤 전달이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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