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숲/황지우
눈 맞는 겨울나무 숲에 가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연대해 있었다
눈 맞는 겨울나무 숲은
목탄화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 숲은
성자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보이게 눈 내리고
겨울나무 숲은 내가 돌아갈 길을
온통 감추어 버리고
인근산의 적설량을 엿보는 겨울나무 숲
나는 내내, 어떤 전달이 오기를 기다렸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굴 반찬/공광규 (0) | 2011.08.29 |
---|---|
출가하는 새/황지우 (0) | 2011.08.29 |
어린 게의 죽음/김광규 (0) | 2011.08.29 |
나무1-지리산에서/신경림 (0) | 2011.08.29 |
독거/이원규 (0) | 2011.08.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