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버드나무 한 그루/이홍섭

능선 정동윤 2011. 8. 30. 14:02

버드나무 한 그루/이홍섭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수도승처럼 긴 머리칼과

하염없는 그림자

 

마을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누구나 버드나무 밑을 지나가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온몸에 묻은 버드나무 그림자를

금세 잊어버린다

 

저물녘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그 밑을 지나왔던 기억을 되살린다

마치 버드나무 아래에서

사진이라도 찍어놓았다는 듯

 

밝음과 어둠 사이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이

버드나무 한 그루를 거기에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