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한 그루/이홍섭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수도승처럼 긴 머리칼과
하염없는 그림자
마을을 들어서는 사람들은
누구나 버드나무 밑을 지나가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온몸에 묻은 버드나무 그림자를
금세 잊어버린다
저물녘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그 밑을 지나왔던 기억을 되살린다
마치 버드나무 아래에서
사진이라도 찍어놓았다는 듯
밝음과 어둠 사이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이
버드나무 한 그루를 거기에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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