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저를 낮추며 가는 산/이성부

능선 정동윤 2011. 9. 1. 14:54

저를 낮추며 가는 산/이성부

 

 

이 산줄기가 저 건너 북쪽 산줄기보다

나지막하게 나란히 내려간다

허리 굽히고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봉우리 하나 일군 다음

자꾸 저를 낮추며 간다

그러다가 또 못봉을 일으켜 세우더니

무엇에 취한듯 드러눕는 듯

금세 몸을 낮추어 부드럽게 이어간다

머지않아 이 산줄기 크높은 산을 만들어

더 나를 땀 흘리게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 이런 산줄기가 크게 될 사람의

젊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하나 배운다

저를 낮추어 가는 길이 길면 길수록

솟구치는 힘 더 많이 쌓인다는 것을

먼발치로 보며

새삼 나도 고개 끄덕이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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