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낮추며 가는 산/이성부
이 산줄기가 저 건너 북쪽 산줄기보다
나지막하게 나란히 내려간다
허리 굽히고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봉우리 하나 일군 다음
자꾸 저를 낮추며 간다
그러다가 또 못봉을 일으켜 세우더니
무엇에 취한듯 드러눕는 듯
금세 몸을 낮추어 부드럽게 이어간다
머지않아 이 산줄기 크높은 산을 만들어
더 나를 땀 흘리게 하리라는 것을 나는 안다
아 이런 산줄기가 크게 될 사람의
젊은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을 하나 배운다
저를 낮추어 가는 길이 길면 길수록
솟구치는 힘 더 많이 쌓인다는 것을
먼발치로 보며
새삼 나도 고개 끄덕이며 간다.
'좋아하는 시(詩 능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반칠환 (0) | 2011.09.01 |
---|---|
산수유나무의 농사/문태준 (0) | 2011.09.01 |
사계절의 꿈/최영미 (0) | 2011.09.01 |
그 자리/천양희 (0) | 2011.09.01 |
우물안 개구리/김재현 (0) | 2011.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