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미시령/고형렬
저만큼 11시 불빛 저만큼
보이는 용대리 굽은 길가에 차를 세워
도어를 열고 나와 서서 달을 보다가
물소리 듣는다
다시 차를 타고 이 밤 딸그락
100 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듯
시동을 걸고
천천히 미시령으로 향하는
밤 11시 내 몸의 불빛 두 줄기, 휘어지며
모든 차를 앞서 가게하고
미시령에 올라서서
믐, 기척을 내보이지만
두려워 하는 천불동 달처럼 복바친 마음
우리 무슨 특별한 약속은 없었지만
잠드는 속초 불빛을 보니
그는 가고 없구나
시의 행간은 얼마나 성성하게 가야 하는지
생수 한 통 다 마시고
허전하단 말도 허동에 주지 않을 뿐더러
-그 사람 다시 생각지 않으리
-그 사람 미워 다시 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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