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에 비는 내리고/이영진
봄에 제사를 지낸다 꽃이 핀 자리마다 눈을 떨구고 무릎 꿇어 본다
숨 죽여 귀속말 주고받는 바람 사이로 툭툭 푸른 열매들이 맺힌다
눈도 코도 귀도 없는 봄 열매들은 꼭 봄에 죽은 내 친구들의 얼굴
같다. 날개도 없이 흰 돛단배도 없이 어둔 하늘 검은 강을 건너 이승에
들르러 온 그놈들 목 메인 스물다섯 내 친구들 영락 없다
사람들을 피해 지나는 거리에 오동꽃 필 때마다 그래 이제 용서하자
그래서 나까지도 용서하자 눈물짓던 그 자리 다시 봄밤에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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