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김현승
함께 갈 수 없다면
그대와 함께 갈 수 없다면
나는 여기 오랫동안 서 있는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언젠가 그대 돌아와 쉴 수 있는
정갈한 그늘 한 뼘 준비하며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서 있을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대가 굳게 딛고 설
이 땅을 위하여
깊은 땅 속을 지탱하는
질긴 뿌리들의 실핏줄이 되겠습니다
땅 속에서도 따뜻한 손들이 엉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땅 속에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님을
그대가 알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더 깊은 뿌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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