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느티나무/김현승

능선 정동윤 2011. 9. 8. 15:42

느티나무/김현승

 

 

함께 갈 수 없다면

그대와 함께 갈 수 없다면

나는 여기 오랫동안 서 있는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언젠가 그대 돌아와 쉴 수 있는

정갈한 그늘 한 뼘 준비하며

비바람 몰아치는 날에도 서 있을

느티나무가 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대가 굳게 딛고 설

이 땅을 위하여

깊은 땅 속을 지탱하는

질긴 뿌리들의 실핏줄이 되겠습니다

땅 속에서도 따뜻한 손들이 엉켜

서로 사랑한다는 것을

땅 속에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님을

그대가 알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더 깊은 뿌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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