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북아등501

능선 정동윤 2011. 4. 24. 21:50

 

4월에 북한산의 바람은 바이러스 같은 모습이었다.

언덕을 올라 몸에 열기가 가득할 때면 시원한 청량음료 같았고

바위 아래서 땀을 모두 식히고 나면 가슴을 후벼 파는 차가움을 지니고 있었다.

탕춘대 능선을 타고 워밍업을 하면서 목표는 문수봉 지나 대남문으로 정하였다.

 

불광역에서 막연하게 누구가 올까 기다리는 기분은 화투장 패를 까는 맛이다.

규진이가 나타났고 한참 있으니 치복이가 얼굴 들어낸다.

정각 9시다. 출발하자.

친구가 많으면 좋고 셋이라도 괜찮고 둘이라도 즐거이 올라간다.

앞서 가면서 나중에 오라는 말은 하지마라. 규진아

뒤에 남아서 먼저 가란 말은 하지 마라. 치복아

둘이면 둘, 셋이면 셋 나란히 또는 앞뒤로 줄지어서 천천히 올라가자.

 

탕춘대와 향로봉이 맞닿는 곳에서 포금정사 방향으로 올라갔다. 언젠가 치복이가

길이 헷갈려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오르락내리락 했다며 코스를 정리하겠다고 해서.

그 길로 한참 올라가면 북아등 전용 쉼터가 나온다. 진달래 울타리에 가운데 소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북악과 남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펑퍼짐한 바위이다.

부인님이 챙겨준 야채 샐러드와 따듯한 죽과 떡과 그리고 막걸리 한 잔.

여기서도 바람은 처음엔 시원 하였고 나중엔 고약 하였다.

 

비봉 초입에서 규진이는 첫 산행에 힘들어 하는 젊은 처녀들에게 바람의 혀처럼

감미롭게 목적지를 물었고 기꺼이 안내를 자청하며 나를 앞장 세웠다.

사모바위 광장은 난민수용소처럼 붐볐다. 서울의 전세난 보다 더한 자리 잡기에서

방 한칸 마련하기가 무척 어려웠지만 마침 일어서는 사람들이 있어서 수월하게

자리를 펼 수 있었다.평수의 넓이나 조망권을 생각할 여지도 없는 방이지만

그래도 우아하게 한 패가 되어 비장의 양주와 새로운 샐러드, 양갱, 편히 쉴 의자까지

제공하면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나중에 성호가 나타났지만 먹거리는

바닥이 났고 성호는 생수만 벌컥벌컥 들이킬 뿐이었다.

 

승가봉 오를 때나 내려올 때 치복이는 최상의 신사도를 발휘해서 초보산행의 아가씨를

조심조심 안내해 주었고 규진이는 다소의 산경험이 있는 아가씨를 데리고 능숙하게 앞으로

밀고 나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청수동암문을 함께 힘껏 올랐고 드디어 문루에 올라서서

시원한 물을 목구멍에 콸콸 쏟아 부었다.

 

내려오는 길은 문수사를 거쳐 구기계곡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나는 도중에 집사람의 급한 호출을 받아 뒤풀이를 하지 못하고 먼저 자리를 떴다.

 

북아등 501회 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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