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가는 길(山 능선)

소요산 다녀 옴

능선 정동윤 2011. 5. 5. 22:48

서화담 ,매월당이 자주 거닐며 소요했다는 소요산을 혼자 다녀왔다.

광릉 숲은 공사 중이고 홍릉 숲은 토, 일요일만 개방하니 어렵고

서울 숲은 그늘보다 햇살이 더 많은 아직 어린 숲이라, 봄 숲의 향연을

만끽하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에 서울역에서 지하철로 한 방에

갈 수 있는 소요산을 선택했다.

 

원효대사, 요석공주, 설총의 이야기가 배어있는 소요산은 몇 년 전에 근모와 근엽이와

셋이서 함께 산행한 적이 있는 산이다.

산행코스는 말발굽형 또는 U자형으로 좌에서 우로 많이 오르지만 나는 반대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옛절터로 올라 공주봉, 의상대, 나한대, 상백운대, 중백운대 ,하백운대,

자재암으로 내려왔다. 평균 4시간 코스라고 하지만 5시간 이상 걸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하늘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나옹혜근 선사(고려 말)

 혼자 산행을 하니 말 할 대상도 없고, 산행 내내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지도 않았고

오히려 사진을 찍어 주는 등 도움을 주었고, 탐욕을 부릴 이유도 없이 주어진 먹을 거리와

시간을 즐겼을 뿐이고, 담배 피는 사람을 만나 우스개 소리로 벌금 이야기만 하였다.

오늘 하루 만은 나옹혜근 선사의 선시 처럼 무욕무심으로 살아 보았네.

 

산은 울적하면 솟아서 봉우리가 되고, 물소리가 듣고 싶으면 아래로 내려와 계곡이 된다고

들었다. 산은 아직도 봉우리마다 진달래를 품고 있었다. 소요산 진달래는 명품으로 소개되지만

이렇게 늦게까지 봄 산을 치장해 줄 줄 몰랐다. 등산하는 내 몸은 이미 한 여름이었는데.

 

소요산에는 굴참나무가 참 많았다. 수피가 두껍게 갈라지고 만지면 탄력이 있어서 부드럽고

이것으로 코르크를 만든다는 얘기도 읽은 적이 있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등 참나무류의 수종이 많았고 개박달나무 물푸레나무도 한창 싹을 내밀고 있었다.

연한 신록으로 아직 그늘은 충분하지 않았다.

 

뒷풀이는 동네에서 집사람과 함께 했다.

선물에 넣을 카드 보낼 일이 있다고 해서 생각나는 문구와

아파트에 핀 향기 좋은 수수꽃다리꽃 한 떨기를 잘 붙혀 만들라고 하였드니

채택되어 낚지볶음을 얻어 먹었다.  

 

혼자 하는 산행도 즐거울 수가 있었다.

 

-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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