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다리 저는 사람/김기택

능선 정동윤 2011. 9. 15. 08:43

다리 저는 사람/김기택

 

 

꼿꼿하게 걷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그는 춤추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걸음 옮길 때마다

그는 앉았다 일어서듯 다리를 구부렸고

그때마다 윗몸은 반쯤 쓰러졌다 일어났다

그 요란하고 기이한 걸음을

지하철 역사가 적막해지도록 조용하게 걸었다

어깨에 매달린 가방도

함께 소리죽여 힘차게 흔들렸다

못 걷는 다리 하나를 위하여

온몸이 다리가 되어 흔들어 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둥이 되어 우람하게 서 있는데

그 빽빽한 기둥 사이를

그만 홀로 팔랑팔랑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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