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칠월 땡볕의 고추/유진택

능선 정동윤 2011. 9. 16. 07:57

 

칠월 땡볕의 고추/유진택

 

 

펼펄 끓는 여름

칠월의 땡볕에 고추는 익어가고 있었다

퉁퉁한 몸집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고추 한 개 뚝 따서 깨물면

맵고 독한 맛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이 세상이 이렇게 변했던가

사방팔방 허공을 찌르는 주먹들,

속 쓰리고 매운 것들이 고추 속에 잔뜩 들어가 있다

저 고추 빨갛게 익으면 맵고 독한 성질 풀어질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살갗 속에서

달가닥거리며 즐거워하는

노란 고추씨앗들의 노랫소리 들을 수 있을까

칠월 땡볕 퍼붓는 날,

밭머리 하얗게 일어서는 억새꽃 속에서

빨갛게 온몸 익어가는 고추들,

보리밥에 쑥갓, 김치 쑥쑥 비벼

어머니가 키운 독하고 매운 고추 원 없이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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