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땡볕의 고추/유진택
펼펄 끓는 여름
칠월의 땡볕에 고추는 익어가고 있었다
퉁퉁한 몸집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고추 한 개 뚝 따서 깨물면
맵고 독한 맛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이 세상이 이렇게 변했던가
사방팔방 허공을 찌르는 주먹들,
속 쓰리고 매운 것들이 고추 속에 잔뜩 들어가 있다
저 고추 빨갛게 익으면 맵고 독한 성질 풀어질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살갗 속에서
달가닥거리며 즐거워하는
노란 고추씨앗들의 노랫소리 들을 수 있을까
칠월 땡볕 퍼붓는 날,
밭머리 하얗게 일어서는 억새꽃 속에서
빨갛게 온몸 익어가는 고추들,
보리밥에 쑥갓, 김치 쑥쑥 비벼
어머니가 키운 독하고 매운 고추 원 없이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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