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의 사냥법/복효근
내가 누군가의 마음 한 조각을 훔치기 위해
갖은 계략을 짜고 있을 동안
물총새는 그저 잠시
물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지
내가 한 사람 마음의 황금빛 중심에 다가가기 위해
굴절각을 재고 입구와 출구를 찾고 있을 동안
물총새는 그때 이미
한 알의 총알이 되어 물 속으로 내리꽂혔던 거야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머물러 둥지를 틀 것을 꿈꾸며
손익계산으로 날개가 퇴화되어가고 있을 때
물총새는 춤추듯 파닥이는 은빛 물고기를 입에 물고
물을 박차며 하늘 높이 날아갔지
물총새 다녀간 자리
물 속에도 물낯에도 흠집 하나 남기지 않네
가끔은 사냥이 빗나갈지라도
물총새 무심히
무심히 날아오르는 빈 날갯짓이 더 아름답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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