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마을/양선규
아가야 너는 여기 와서 살아라
장마가 냇가 모래밭을 쓸고 간다 해도
흙먼지가 온 마을 길을 뒤덮는다 해도
너는 여기 와서 살아라
툇마루 밑의 호미 굴뚝 모퉁이 걸어둔 쟁기
다시 꺼내 손질하고 아버지의 때 곰삭은
숨결 어루만지며 다시 쑥밭을 일구거라
허물어진 토담 다시 세우고
홍수에 쓸려간 논둑도 쌓거라
흉흉해진 노래 빈 가슴으로 다시 세워
윗집 아랫집 오순도순 정 나누고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 하늘 아래
찔레꽃 민들레 달맞이꽃 벙글어져
사시사철 웃음꽃 피는 사람 사는 세상 일구며
너는 여기 와서 살아라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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