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찔레꽃 마을/양선규

능선 정동윤 2011. 9. 16. 08:00

찔레꽃 마을/양선규

 

 

아가야 너는 여기 와서 살아라

장마가 냇가 모래밭을 쓸고 간다 해도

흙먼지가 온 마을 길을 뒤덮는다 해도

너는 여기 와서 살아라

 

툇마루 밑의 호미 굴뚝 모퉁이 걸어둔 쟁기

다시 꺼내 손질하고 아버지의 때 곰삭은

숨결 어루만지며 다시 쑥밭을 일구거라

허물어진 토담 다시 세우고

홍수에 쓸려간 논둑도 쌓거라

 

흉흉해진 노래 빈 가슴으로 다시 세워

윗집 아랫집 오순도순 정 나누고

어머니 품속 같은 고향 하늘 아래

찔레꽃 민들레 달맞이꽃 벙글어져

사시사철 웃음꽃 피는 사람 사는 세상 일구며

너는 여기 와서 살아라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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