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의해 변해가는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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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8> 식욕을 느낄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두꺼비. | 숲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각자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모습이 다양하지만 때로는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가 이러한 숲 생태계 내부의 혼란을 가져오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고, 때로는 혁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의해서도 숲의 천이가 이루어지고, 천이가 지속적·장기적으로 발생함으로써 소위 진화가 발생하게 된다. 태풍이나 산불, 번개, 또는 눈에 의해 큰 나무가 넘어지면 그곳에 빛이 들어올 수 있는 큰 공간이 생기고, 빛을 갈구하던 식물들이 잽싸게 자리 잡게 되며, 많은 생물들이 모여 새로운 세상을 일구어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현상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숲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 의해서도 발생하게 된다. 멀리는 코끼리가 거대한 나무를 뽑아버리면서 빛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천이과정에 있는 숲을 역행하게 하거나, 사슴이나 고라니가 어린 나무들의 풍부한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는 나무의 눈을 따먹거나 나무 껍질을 벗겨 먹는 과정에서 숲의 발달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작은 곤충들에 의해서 숲의 발달, 즉 천이가 역행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인간의 간섭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심겨진 나무들이 어느 특정한 곤충들이 대량으로 번식하는 기회를 주어 대면적의 나무들이 피해를 입고 숲이 역행하는 경우다. 송충이나 솔잎혹파리의 피해에서부터 소나무제선충피해가 그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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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9> 부엉이. | 이러한 변화는 어떤 생물에게 유리하고 불리하고 하는 관점을 넘어 숲에서 늘상 발생하는 변화이며, 매우 동적인 숲 생태계라 할 수 있다. 생태계는 기후와 토양의 영향 아래 식물계와 동물계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발전하고 때로는 퇴보하는 과정에서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는 빛과 바람과 가스(산소와 이산화탄소), 물이 외부에서 유입되고, 비로소 식물들은 활발한 생장활동과 생식활동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동물계가 형성이 된다. 소위 먹이사슬이 형성된다(그림 1).
지금도 끝없이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숲이다. 물론 숲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떠한 환경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 그 변화는 매우 역동적이거나 또는 가시적으로 전혀 변화가 없는 상황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숲이란 것은 우리가 보는 것처럼 변화가 없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많게 또는 적게는 끝없이 변화해가는 과정에 있다.
이제 숲이란 것이 우리에게 늘 살아 움직이는 동적인 상태로 이해된다면, 정말 숲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신기하고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이 움직이는 생물들을 유혹하는 수단과 방법, 또는 아주 작고 연약한 동물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호하면서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전략이나,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다채로운 색상을 구분하는 곤충들의 세상이나, 멧돼지가 배설한 배설물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삶의 방식 등은 숲만이 지닌 놀라움이 아닐 수 없다.
나무들도 자신의 개성을 나타낸다. 아주 건조하고 무더운 곳에서는 소나무나 마가목류가, 습한 지역에서는 물푸레나무나 느릅나무 등이 자리 잡고 살아가고, 높은 고산지대의 습한 곳에서는 구상나무나 가문비나무가 그곳의 주인이 되어 자리 잡고 있다(그림 2). 나무들이 저마다 적합한 곳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게 되면 나무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생물들이 그에 따라 서식공간이 정해진다. 물론 특별한 곳이 없이 아무 곳에서나 나타나는 종들이 있긴 하지만, 많은 생물들은 자신이 살 수 있는 공간과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에 전문화된 친구들이 많다.
숲은 그대론데 야생동물만 늘어나면 혼란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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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10> 멧돼지 가족들. | 아주 현실적인 문제로 잠시 돌아가 보려한다. 오늘날 숲이 풍성해지면서 야생동물들의 개체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 중 멧돼지와 고라니로 인해 나타나는 피해는 해가 거듭될수록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개체수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그들이 살 수 있는 서식공간은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들의 일부는 급기야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와 피해를 주는 원인이 되고 있다.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늘어나는 만큼 그들이 살 수 있는 충분한 숲의 면적을 제공하고 가꾸어주거나, 적정한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숲과 다른 생물들이 함께 공유하며 살아갈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일을 그냥 간과하고 몇 해 거듭 반복하게 되면 피해는 물론이고 우리가 늘 즐겨야 하는 아름다운 공간이 숲과 숲에서 살아가는 온갖 주옥같은 생물들의 혼란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사진 11).
숲을 즐겁게 산책하고 관찰하는 일은 복잡하고 바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충분히 활력소가 된다. 숲에서 일어나는 겨울철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도, 숲에서 살아가는 각종 동물들의 색상만 관찰해보는 것도, 아니면 숲을 오르면서 어떤 나무들이 어떤 높이에서 그리고 어느 지역에서 특별히 많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하다 보면 언젠지 모르게 벌써 내 가슴엔 초록공기로 가득 찬 녹색포만감을 만끽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남효창 숲연구소 대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