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詩論)들

신춘문예를 꿈꾸는 이들에게- 선배들이

능선 정동윤 2011. 9. 19. 22:14

각 신문사들이 신춘문예 작품 공모 마감을 앞두고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투고한 수많은 문청들은 세밑에 이뤄지는 당선자 발표를 목을 빼고 기다릴 것이다. 계간 문예지 '21세기 문학'과 '시안' 겨울호는 문인들의 등단시절 특집을 통해 문학의 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격려와 조언을 담고 있다. 문인들은 등단 과정에서 느꼈던 좌절과 환희가 후일 글쓰기의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문학의 길을 가려는 후배들에게 등단 그 자체보다는 이후에 더 노력을 기울여 자기만의 세계를 가꿀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청시절의 열정이 창작의 동력 = 영화배우 최민수씨가 최근 한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개나 소나 다 배우 한다'며 불만을 터트려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문학계에선 일제 말엽에 고 김동인 선생이 '요즘엔 아무나 소설가가 되려 한다 '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아무나 문인이 되지 못하도록 일정 관문을 만든 것이 이른바 등단제도다. 권위있는 기성문인의 추천을 받거나 문학상 수상, 혹은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 과정를 거치는 것을 말한다. 이중 수많은 문학청년들이 선호하는 것은 단연코 신춘문예다.
 강인한 시인(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은 ″ 신춘문예를 목표로 하루 1편씩 50일간 50편을 썼던 시기가 있었을 정도였다 ″고 회고했다. 소설가 강영숙(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씨는 대학 졸업후 8년 동안 소설쓰기에 매달려 등단에 성공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헛짓' 그만두라는 야단까지 들어 가며 글을 쓴 덕분에 '도저히 정복될 것 같지 않은 드높은 산'에 깃발을 꽂았다.
 이기와 시인(199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은 ″ 독학으로 시쓰기를 공부하다가 20대 후반에야 대학에 들어가 문예창작을 공부하며 문학에의 열망을 불태웠다 ″며 ″ 등단을 위해 뼈를 깎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밤새워 시를 썼다 ″고 되돌아봤다. 그는 ″ 수행하는 것처럼 글을 썼던 습작 시절의 열정이 오늘까지 연료가 돼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 된다 ″고 말했다.
 ▲등단 연연해하지 말고 글을 써라 = 신춘문예 제도의 유효성에 관한 논란이 문단 안팎에서 지속되고 있는 중에도 권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신춘문예를 통과한 문인들은 권위에 의한 영예가 작가 생활에 가져다준 것은 크지 않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소설가 편혜영(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씨는 ″ 처음에는 큰 변화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며 ″ 등단의 기쁨은 불꽃놀이처럼 순간 화려했으나 곧 잔영마저 사그라들었다 ″고 말했다. 동인지(시 부문)와 신춘문예(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를 통해 등단 과정을 거친 박덕규씨는 ″ 어차피 중요한 것은 등단이 아니라 문학 ″이라고 강조했다.
 최근들어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작가들이 책을 통해 독자와 직접 소통함으로써 큰 반향을 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신춘문예 출신들 가운데 등단한 바로 그 해부터 문단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사례가 흔해졌다. 동인지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학활동을 시작한 이문재 시인은 ″ 대학 문예창작학과에서 강의를 할 때마다 등단보다는 어떤 시, 어떤 시인이 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