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나무
5월이지만 때로는 한 낮에 그늘이 그립기도 하다. 그럴 때 등나무(Wisteria floribunda) 시렁 아래 앉아서 위를 쳐다보면, 지금 쯤 등나무 꽃이 핀다. 잎들은 시렁 위로 퍼져 자라면서 햇빛을 쬐고, 시렁 아래로는 등나무꽃줄이 드리워져 있다. 4월에 복숭아,벚,배나무꽃과 같은 화사한 나무꽃들을 한껏 본 후라 그런지 아래로 드리워져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줄이 사람의 마음을 그윽하게 해 준다. 여기에 은은한 향기까지 즐거움을 거든다. 등나무는 콩과 식물로, 꽃도 콩꽃처럼 생겼다. 5∼6월 경 2∼3cm 크기의 보라색 또는 흰색 꽃들이 30∼40cm길이의 줄기에 줄줄이 매달린다. 가을에 맺히는 열매도 강남콩처럼 납작하고 긴 꼬투리가 있다. 등나무는 덩굴류로 다른 물체를 타고 10m이상 까지 자란다.
이 등나무가 부부 금실에 특효가 있다는데, 꽃을 말려 신혼부부의 이불 속에 넣으면 금실이 좋아지고, 잎을 삶아 마시면 사이가 벌어진 부부의 애정을 회복 할 수 있다 한다. 여기에는 경북 월성군 견곡면 오류리에 있는 용림(龍林)의 전설이 있다. 왕의 사냥터였던 용림 근처 마을에 살던 마음씨 착하고 예쁜 두 자매는 서로 몰래 짝사랑하던 옆집 청년이 전쟁터에 나갔다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용림 연못에 빠져 죽는다. 그 후 연못가에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그런데 얼마 후 전사했다던 옆집 청년이화랑이 되어 돌아와 두 자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역시 연못에 몸을 던진다.그 후 연못가에 팽나무 한 그루가 자란다. 팽나무에서 4∼5걸음 떨어진 곳에 있는 두 그루의 등나무가 자라 팽나무를 밑동에서부터 감고 자라났다. 사람들은 등나무는 두 자매의 화신이고, 팽나무는 청년의 화신이라 하였다.이 전설 때문에 사이가 멀어진 연인들이 이 곳에 오면 다시 가까워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용림의 등나무는 용등(龍藤)이라 불리는데, 그 규모가 크기로 유명하다. 높이 17m, 동서길이20 m, 남북길이 50m에 달하니 대단한 규모이다.
등나무는 우리나라 전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나무로, 정원수로도 애용된다. 등나무를 키울 때 반드시 해주어야 하는 것이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지주목이다. 등나무는 덩굴류로, 아무리 밑둥이 굵어도 혼자 서지 못한다. 따라서 시렁이나 생울타리, 굵은 나무 등 지주목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다듬기로, 이는 등 나무가 워낙 잘 자라기 때문이다. 굵은 가지의 잎그늘에 다른 잎이 가리거나, 잎이 너무 빽빽해지면 통풍이 안되기 쉽다. 따라서 너무 굵은 가지나 헛가지는 잘 라주어야 햇빛을 고루 받고, 통풍이 잘 되어 병충해가 생기지 않는다. 또 이듬 해 꽃을 잘 달리게 하기 위해서는 여름다듬기가 중요하다. 7월 경 부터 길게 뻗은 덩굴을 4∼5싹 남기고 잘라주면, 거기에 꽃눈이 생기고 끝의 싹에서 덩굴이 다시 자란다. 꽃눈이 생기고 나서 다시 자란 덩굴을 2∼3싹 남기고 또 잘라주는 식으로 다듬기를 해주면 된다. 등나무를 잘 키우기 위한 세 번째 주의점은 병충해 예방이다. 큰 가지에 큰 혹이 생기는 암종병이나 벌레가 잘 생기는데, 약제를 뿌려 없애준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다듬기를 열심히 해 통풍이 잘 되게 해 주는 것이다. 이 외에 옮겨심기를 할 때는 긴 뿌리를 또아리 틀어 심어준다. 그래야 줄기나 잎의 성장을 다소 억제되고 꽃이 잘 달린다. 그 이유는 굵고 긴 뿌리가 너무 왕성하게 양분을 흡수하면 꽃을 피우지 않고 몸체만 커나가기 때문이다.
등나무꽃은 꿀이 좋아 양봉에 이용되고, 굵은 줄기로는 가구를 제작한다. 잎은 가축 사료로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