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그 산길/정동윤
오랜만에 찾아간 산
기습 태풍의 상처가
몇 계절 넉넉히 쓰다듬어도
흔적으로 남겠다.
내 산을 너무 찾자않아
바람은 다람쥐를 밀어냈을까
내 숲을 너무 바라보지 않아
나무는 허리 꺾어 혼자 울었을까
내 뜰엔 몇 년째 폭설
나뭇가지는 무거워 휘청거렸고
배낭 멘 환상은
주말마다 열꽃이 피었다.
산에는 꽃이 지고
짐승들 하나 둘 떠났지만
계절은 싹을 틔워
다시 그늘 만들고 단풍 들이겠지
소주잔 들이키듯
가슴 속 산그림자 쉽게 비울 수 없어
쩔쩔매는 배낭에
다시 물병 하나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