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정동윤
아직도 지난 해의 갈색 잎으로
이 봄을 어떻게 해보시려고요.
이미 새순이 돋고 있는데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보세요, 새잎들이 투구처럼 밀고
올라오지 않습니까?
인제 그만 가셔야지요.
소나무와 친하다고
그 그늘이 넓다고
소나무처럼 늘 푸를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는 상록수입니다.
두 해를 넘겨야 옷을 갈아입는다네요
지난 가을, 잎들이 영양분 반납하고
미련없이 떨어졌던
저 빛나는 교목들 좀 보세요.
울타리로 서서
지켜보시지 않았습니까?
작년에도 소탈하고 격의 없이
이곳저곳 가리지 않고 피워주시니
모두 좋아하긴 하지요.
그래서 반 상록수라는 사람도 있긴 해요
그렇지만 바지는 새 옷인데 상의는 헌옷이라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수근거려서요.
헌옷 벗고
어서 새옷으로 갈아입고 가시지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