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빚음에 있어서 행이나 연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항상 따라다닐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쉬운 말로 하면 “물이 흐르듯이” 시가 진행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행은 행대로 단어의 배열이 순조로워야 하며 연은 연대로 자연스럽게 전후의 흐름이 맞물려져야 합니다. 특히 시는 함축적인 언어를 사용하므로 비약이 심한 글일진대 글의 흐름까지 끊기면 그야말로 추상적인 글이 되기 쉽습니다. 시도 글의 일종이므로 글쓰기의 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모든 시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실험적인 시도 있을 것이며 의도적으로 환치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시들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연스럽게 진행한다고 하여 글이 수필이나 산문식으로 흐르면 아니 됩니다. 발단에서 전개 혹은 발전으로, 발전에서 절정 또는 반전 내지 종결이라는 순으로 시가 구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가장 조심해야 할 점이 말을 절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을 아끼지 않으면 긴장이 완화되어 긴박감이 사라지게 되고 글은 자칫 평이한 수준에 머무르고 맙니다. 시는 “함축적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조사나 형용사, 부사 등을 과감하게 삭제함으로써 시의 호흡을 빠르게 하면서 긴장감이 살아나게 하는 것입니다. “아낌없이 버림”으로써 더 큰 효과를 얻는 것이 “삭제(절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삭제”를 체질화하지 않으면 시 빚는 작업이 진전되지 아니 합니다.
이를 증명할 방법을 제시할 테니 독자 여러분은 꼭 실험하여 보세요. 시를 한 편 지은 후 하루만 그대로 놓아둔 채로 버려두세요. 읽어보지도 말고 생각도 하지 말고 아예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합니다. 그런 다음 하루가 지난 뒤에 그 시를 읽으면서 토씨를 과감하게 삭제하여 보세요. 아마 느낌이 전혀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이에 더하여 가능하면 도움말들을 삭제하여 보세요. 문맥이 맞지 않는 문장에서만 다시 도움말을 삽입합니다. 어제와 다른 긴박감이 시에서 살아날 것이며 느슨하던 시가 갑자기 활기를 띄게 될 것입니다. 크게 수정하지 않았고 특별한 말을 삽입하지 않았어도 토씨 하나 삭제하므로 얻는 효과는 산문형에서 시형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좀더 설명을 추가해 보자면 시 한 편에다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말을 아끼라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시는 설명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의 언어는 “은유”라고 분명하게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습작기에 있는 분들이 가장 많이 빠지기 쉬운 유혹은 자신이 생각한 어떤 시상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것을 꼭 다 쓰려고 시도하는 것입니다. 앞뒤 문맥에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억지로 꿰어 맞추려고 하다 보니 시는 불구가 되기 쉽지요. 거듭 부탁합니다. 말을 버리는 연습을 많이 하십시오. 친절하게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축약하는 연습을 많이 하십시오. 간단하게 표현하기를 연습해야 합니다. 행이 많고 연이 길다고 하여 좋은 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꼭 필요한 말만 정돈하여 표현한 시가 좋은 시랍니다. 다시 말하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의미”를 살려낼 수 있도록 하라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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