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詩라야 한다
앞에서 “물이 흐르듯이”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이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는 말입니다. 하나는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뜻이고 다른 하나는 시를 읽어갈 때 호흡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자는 시의 구성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짧게 말한 적이 있는데 소설이나 한시의 구성 요소인 기(起) 승(承) 전(轉) 결(結)이 시에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수필이나 소설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이 짧은 문장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전후를 설명할 공간이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 시의 특징이지요. 다시 말하면 한눈을 팔 여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언어는 축약 시키고 구성은 긴축되어야 하며 글의 흐름은 막힘 없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 후자에 대하여 말을 하겠습니다. “호흡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시를 읽을 때 음률을 따라간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형시가 많이 쓰여졌으나 현재는 정형시 보다 자유시가 더 많이 쓰여지고 있는 형편인데 그렇다고 음률이 무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재 되어있는 음률이 정형적인 것(대표적으로 시조)은 아니라 하더라도 은연중에 어떤 리듬을 따라가고 있답니다. 심지어 산문시라고 하여 행이나 연의 구분 없이 마치 수필처럼 글이 진행되는 시에 있어서도 음률이 내재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는 시가 과거에는 노랫말이었다는 것을 아는 독자라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고대시가에서 시와 노래는 하나였습니다. 더하여 춤도 하나였지요. 세 가지가 한 몸이었는데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전문화 되면서 장르를 달리하게 된 것입니다. 덧붙여 말씀 드린다면 이것은 종교의식에서부터 출발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에서의 리듬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랍니다.
이와 같이 특별히 의도적인 시가 아니라면 시에는 내재된 음률이 있기 마련입니다. 구태여 음률을 따지지 않더라도 사람의 호흡은 들이쉼과 내쉼이 있는데 이 주기에 맞는 시라야 시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입니다. 행과 행 사이 띄기와 연과 연 사이 띄기가 호흡과 맞물려서 의미의 나눔 즉 시의 구성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로 보건대 시는 다분히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에 의하여 이루어진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잘 하려면 시를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을 기르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함축된 시어가 준비된 상태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필자는 시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한 요소만으로는 좋은 시가 빚어지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시어를 만들었다고 해도 구성이 어긋나면 아니 될 것이며 구성이 좋았다 하여도 호흡이 끊어지면 그 또한 좋은 시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시를 빚기가 어렵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많은 습작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되어 별 어려움 없이 이런 요소들을 갖추어가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무엇 하나 노력 없이 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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