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詩論)들

시는 왜 아픔이며 슬픔이어야 하는가

능선 정동윤 2011. 9. 20. 07:09

<언어철학 노-트>

우리가 시를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 가운데
어떤 시를 읽으면
마음에 전율과 같이 짜릿한 느낌으로 감동받을 때가 있고
어떤 시를 읽고 있으면
왠지 모르지만 슬픔과 같은 아픈 마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하는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저는 참으로 기쁜 생각을 털어 내곤 한답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시들이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이런 시들이 갖는 감동은 진실과 함께
가장 솔직한 언어표현을 그 수단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입니다.
보다 쉽고 빠르게 접근하자면 아픔은 감동인 것입니다.
슬픔 또한 감동이기도 하지요. 여기에서 시를 읽고 느끼는
그 진실을 공유하므로 나타나는
감정이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시를 쓰는 사람에겐 참으로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답니다.
어쩌면 내 마음과 같이 아니, 내 생각과 같은 시를
이렇게 쓸 수 있을까? 하고 독자들이 경탄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이것 또한 짧은 시 속이지만
시인이 갖고 있는 내면적인 세계가
진실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랍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보니 시에서 진실이란 아픔이며 슬픔이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시는 꼭 아파야 하고 슬퍼야 하는 것이냐고
질문을 받기도 한답니다. 그것은 아니예요.
시가 아프고 슬퍼야 하는 것이라면 누가 시를 쓰고자 하겠어요? ^^.
이 아픔이라는 것과 슬픔이라는 것이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기에
질문을 한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은 과연 왜 생기는 현상일까요?
여기에 대한 분명한 해답이란 시에 있어서 진실성인 까닭입니다.
가장 진실하다는 것은 분명한 슬픔이며 아픔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느낌이 된다는 말입니다.
느낌이란 무엇인가요? 그것은 보이는 것이지요.
무엇으로 보이는 것일까요? 언어로 보이는 것이지요.
어떠한 언어로 보일까요? 시라고 하는 언어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저는 보다 논리적인 접근 방법을 통하여
시는 왜 아픔이며 슬픔이 되는가 하는 것을 말하고자 한답니다.
시라고 하는 언어 표현이란
사람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느끼고 하는
감성적인 기능에 영향할 뿐 아니라
정서적인 느낌과 이성적인 생각을 이끌어 가는
힘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테지요.
이처럼 시적 언어 표현은 창조적인 힘을 가졌으며
이러한 창조적인 힘은
우리 현실 생활에 있어 언어로 표현되는
모든 삶에 있어 이 삶을 이해하는데 작용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우리 말이 갖는 시적의미는
그 특이한 의미관련 구조를 갖고 있어서
특이한 뉘앙스를 나타내게 되었답니다.
시라고 하는 언어가 그 특이한 빛,
그러니까 슬픔이나 아픔이라는
언어 현실에서 다시 현실을 특이하게 밝혀 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면 시가 주는 슬픔이나
아픔이라는 현실을 인식한다는 것은
언어에 의해 구속되는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현실은 복합적인 무질서 현상이기 때문에
언어를 통해 슬픔이나 아픔이라는 일정한 구조가
특이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이성이나 감성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언어라는 바다에서 하나의 파도를 구별해서
바라볼수 있는 것과도 같은 이치일 터입니다.
좀더 깊이 생각해 보기로 하지요.
인간이 외부세계와 내부 세계에서 받아들이는
모든 감각적인 인상들이나 느낌들이 사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그 물결이 늠실대는 것처럼 끝없이 연속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물결을 붙잡아서 인식하기란 어렵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언어 속에 간직되어 있는 형식들과
그 카데고리들을 통해서 시라는 특이한 언어표현 기법으로
끝없는 물결이 늠실거리는 것도
아픔이니 슬픔이니 하는 하나 하나의 진실한 감정을 찾아서
파도로 구별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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