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팔/이성선
눈이 오는 날
소나무는
긴 팔을 내어
눈을 받는다
땅에 내리기 전에 먼저 받으려고
지켜섰다가 끝내
무게 이기지 못하고
딱 부러지는 순간
하늘을 몸에 받는다
아무 팔이나 부러지는 것이 아니다
높고 푸른 하늘로 힘껏 들어올린 팔만 부러질 수 있다
면벽한 달마 앞에
팔을 잘라낸 혜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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