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詩 능선)

상가에 모인 구두들/유흥준

능선 정동윤 2011. 9. 27. 07:54

상가에 모인 구두들/유흥준

 

 

저녁 상가에 구두들이 모인다

아무리 단정히 벗어놓아도

문상을 하고나면 흐트러져 있는 신발들

젠장, 구두가 구두를

짓밟는게 삶이다

밟히지 않는 건 망자의 신발 뿐이다

정리가 되지 않는 상가의 구두들이여

저건 네 구두고

저건 네 슬리퍼야

돼지 고기 삶은 마당가에

어울리지 않는 화환 몇 개 세워놓고

봉투 받아라 봉투

화투짝처럼 배를 까뒤집는 구두를

밤 깊어 헐렁한 구두 하나 아무렇게나

꿰 신고

담장가에 가서 오줌을 누면, 보인다

북천에 새로 생긴 신발자리 별 몇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