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잠시 돌아보며

능선 정동윤 2011. 7. 1. 10:05

 

잠시 돌아보며/정동윤

 

 

 

 20세기 말과 21세기의 시작을 내 앞에서 흔들지 마라

80년대의 절망과 환희와 고통을 훈장처럼 뽐내지 마라

나는 이제야 겨우 달콤한 밥그릇을 비우고 있다.

 

 해가 뜰 무렵 지하철을 타고 동작대교를 건너 일하러 가고

해가 떠날려고 화장하고 얼굴을 달굴 무렵 동작대교를 넘어 온다

나는 비로소 죽을 고통도 없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딸을 결혼 시키면서 나도 분주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변방에 머물며 물속에 잠긴 듯 지냈는데도 슬금슬금 친구들이 찾아왔고

호사스럽지 않고 단순하게, 극도로 단순하게 결혼을 준비하였다.

 

 허리 잘려 죽음을 앞둔 꽃들로 장식하느니 차라리 조화가 좋다고 했고

중요하지 않는 형식은 뜯어냈고 조촐했지만 감동하며 아이는 시집을 갔다

일생을 추워 지내도 향기를 잃지 않는 매화를 이해할 것처럼 끄덕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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