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市 능선)

과음

능선 정동윤 2011. 7. 8. 16:29

과음/정동윤

 

긴 산행을 마치고

산 아래 주막에 들렀다.

 

한밤중
산이 발 뻗는 소리
나뭇잎 손잡는 소리
풀벌레 애타게 찾는 소리
별똥별이 반짝 줄 긋고
어둠에 사라지는 소리
계곡물 뛰는 소리
이런 시끌벅적한 밤에
어떻게 잠이 와요, 잠이

 

어서 술잔 채워 주세요
초승달 동동 잠긴 술잔
또 비우고 싶어요
이 여름밤,
정말 잠들기 싫어요

-양귀비같은 그대 앞에서

어찌 잠이 들겠소

 

긴 가지 날리는 버드나무 밑
술병 치워진 평상 위에
한마리 애벌레 오그라져 있었다

등산복 입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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